임영 블로그

“주식 대박 배 아팠는데, 투자 안한 내가 승자”…포모 가고 ‘조모’ 왔다

코스피가 급락하며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등 시황이 표시되고 있다. 이날 코스피는 장중 8% 넘게 급락하면서 유가증권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. 뉴스1

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 장모(25)씨는 “올해 상반기에는 친구들이 주식으로 차 한 대 값을 벌었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배가 아팠는데, 제네시스를 산다고 떵떵거리던 친구가 이제는 중고차도 사기 어려워졌다는 말을 듣고 ‘안 하길 잘했다’는 생각이 들었다”며 “주식은 안 하면 반이라도 가는 것 같다. 앞으로도 안 할 생각”이라고 말했다.

대세가 역전됐다. 상반기 전례 없는 불장 속에서 주식에 투자하지 않은 이들이 ‘나만 소외된 것 같다’는 포모(FOMO·Fear of Missing Out)를 느꼈다면, 최근 하락장이 길어지면서는 ‘주식에 투자하지 않길 잘했다’는 조모(JOMO·Joy of Missing Out) 심리가 확산하고 있다.

28일 코스피는 장중 전날보다 10.72% 떨어진 6031.38까지 밀렸다. 코스피가 6100선 아래로 내려온 것은 지난 4월15일(6091.39) 이후 3개월여 만이다. 최고점을 달성한 지난달 18일(9063.84)과 비교하면 33% 넘게 추락했다. 코스닥지수도 전날보다 8.31% 하락한 701.33까지 밀렸다. 지난해 4월16일(699.11) 이후 최저치다.

이날 코스피·코스닥 시장에서는 매도 사이드카(프로그램매매 호가 일시효력정지)와 서킷브레이커가 잇달아 발동됐다. 코스피 서킷브레이커 발동은 올해 들어 8번째로, 역대 14번째 발동 사례 중 절반 이상이 올해 집중됐다.

증시 대장주인 ‘삼전닉스’ 투자자 가운데 상당수도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. 한국투자증권의 투자자 분석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삼성전자 투자자 87만2000명 가운데 42%가 손실을 보고 있었다. SK하이닉스 투자자 40만명 중에서는 57%가 손실 상태였다. 28일 주가가 추가로 급락한 만큼 손실 투자자 비중은 더 높아졌을 것으로 보인다.

개인투자자의 ‘실탄’으로 불리는 증시 대기자금도 줄고 있다. 금융투자협회는 이날 지난 24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을 105조6370억원으로 집계했다. 지난달 23일 기록한 고점(136조8313억원) 대비 약 31조원 감소한 수준으로, 약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. 투자자예탁금은 통상 향후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질 때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.

‘빚투’(빚내서 투자)도 감소세다.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2조6717억원으로 약 4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왔다. 지난달 24일 기록한 고점 38조6328억원과 비교하면 약 6조원 줄었다. 주가 상승에 베팅하려는 수요가 감소한 데다 급락 과정에서 강제청산이 이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.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24일까지 한 달간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9971억원으로 집계됐다.

개인투자자의 비관론과 자금 이탈은 향후 증시가 반등하는 과정에서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. 투자자들이 주가가 오를 때마다 손실을 줄이기 위해 매물을 내놓으면 지수의 상승 탄력이 제한될 수 있어서다.

다만 증권가에서는 극단적인 비관론을 오히려 반등 신호로 해석하기도 한다. 이민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“역설적으로 이 정도 수준의 비관론은 콘트래리언(역발상) 신호로 읽힐 가능성도 있다”고 말했다. 투자자 대부분이 주식을 팔아 추가 매도 물량이 줄어들면 작은 호재에도 주가가 반등할 수 있다는 논리다.

주가 급락으로 국내 증시가 저평가 영역에 들어선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상승 여력이 더 크다는 진단도 나온다. DS증권은 이날 발표한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서 “최악의 시나리오인 주당순이익(EPS) 30% 감소를 반영하더라도 코스피는 저평가된 상태”라며 “하반기 코스피 목표치를 9000포인트로 상향한다”고 밝혔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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